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정기상여금 포함) 판결의 기준을 변경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판결이 제시한 ‘고정성’ 개념을 더 이상 통상임금의 핵심 요건으로 보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이는 근로자가 받는 각종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산정의 기본이 되는 임금체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기존에는 재직자 조건, 특정 근무일수 충족 등의 조건이 붙으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이러한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준을 둘러싼 해석과 적용 범위를 두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됩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통상임금의 정의와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노동부 지침 변화 가능성과 노사 양측의 반응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통상임금이란 무엇인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합니다. 과거 판례(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보았고, 그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인건비와 근로자의 임금 실질소득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고정성 요건이 사실상 배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재직 중이거나 특정 근무일수를 채운 사람에게만 지급’한다는 부가 조건을 붙인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2. 2013년 판결과 2024년 판결의 차이점
2.1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 판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갑을오토텍 사건)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이때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소정의 근로를 제공했다면 어떠한 추가 조건 없이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는 개념이었습니다.
당시 판례로 인해 재직자 조건(지급일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 특정 근무일수 조건(예: 15일 이상 근무자에게만 지급) 등이 붙어 있으면 고정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2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번 2024년 12월 19일에 선고된 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고정성 요건을 전면 폐기했습니다.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부가적 조건이 있더라도 이는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 재직자 조건: 지급시점에 재직 중일 것을 요구
- 특정 근무일수 조건: 일정 기간(예: 15일 이상)을 근무해야만 지급
이러한 조건이 있어도 근로자가 예정된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여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소급효에 제한을 두어,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 혹은 소송이 진행 중이지 않은 노동자에게까지 모두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3. 노사 갈등과 임금체계 변화의 가능성
3.1 기업 측의 우려
- 인건비 상승: 새로운 판례에 따라 기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더 많이 지급해야 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임금체계 개편: 경영계는 “현재의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근로자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3.2 노동계의 기대
- 임금 실질 상승: 재직자 조건이나 특정 근무일수 조건으로 인해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던 부분이 본급(통상임금)으로 편입되면, 근로자들이 받는 각종 수당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실질 임금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임금체계 안정화: 노동계는 “과거 통상임금에 대한 해석상의 혼란이 종식되었다”며 새로운 판례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금 체계를 간소화·안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4. 노동부 지침 변경과 현장 적용
고용노동부는 2013년 대법원 판례(갑을오토텍 사건)를 바탕으로 2014년에 통상임금 관련 해석 지침을 마련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례 변경으로 인해, **“고정성을 통상임금 개념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빠르게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판례가 소급효 제한을 명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시점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임금실태 조사(사업체 노동력 조사) 등 통계 부문에서도 “기업의 임금체계가 실제로 개편되기 전부터 조사를 변경해버리면 통계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통계 항목을 부분 수정·보완하거나 별도의 안내를 추가하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5. 앞으로의 전망과 대응 방안
- 노사정 협력 필요:
- 노사 모두 임금체계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급격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노동부)의 중재와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입니다.
- 임금체계 개편 시나리오 수립:
-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증가분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합니다.
-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향후 단체협상에서 정기상여금 등의 지급 조건 재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 법·제도 개선:
- 노동계는 국회가 이번 판결에 발맞춰 근로기준법 개정 등 후속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상임금 정의 및 판단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자는 주장입니다.

6. 결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배제함으로써, 그동안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온 임금 산정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근로자에게는 임금 상승 효과가, 기업에게는 인건비 부담 증가라는 양면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당장 모든 사업장에 무제한적으로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소송 당사자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에 대해서는 시점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침 개정, 기업의 임금체계 재설계, 노사 간 집단교섭 등 급격한 변화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앞으로는 통상임금 개념이 보다 폭넓게 적용됨에 따라 초과근로 규제와 근로 시간 단축 등 노동 환경 전반에도 변화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노사는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와 입법부 역시 이번 판결의 취지에 맞추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